솔직히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제 반응은 "또 실험실용 데모 로봇이겠지"였습니다. 그런데 Sunday Robotics의 메모(Memo)는 달랐습니다. 이 회사는 로봇을 먼저 만든 게 아니라 실제 가정에서 사람들이 집안일 하는 모습을 먼저 데이터로 수집했습니다. 2,000개가 넘는 스킬 캡처 장갑을 배포해서 500개 이상의 실제 가정으로부터 1,000만 건이 넘는 가사 노동 에피소드를 확보한 뒤에야 로봇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저는 이 접근법이 정말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데이터부터 모은 역발상 전략
대부분의 로봇 회사들은 로봇 하드웨어를 먼저 개발한 뒤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방식으로 학습 데이터를 모읍니다. 여기서 텔레오퍼레이션이란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서 동작을 가르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실험실 환경에서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Sunday Robotics는 이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메모리 디벨로퍼(Memory Developer)라고 부르는 일반인들에게 스킬 캡처 장갑을 나눠주고, 그들이 자기 집에서 평소처럼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테이블 정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장갑에는 상단과 하단에 카메라 두 개가 달려 있고, 힘 센서까지 내장되어 있어서 사람이 물건을 쥘 때 얼마나 세게 쥐는지까지 측정합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이 장갑이 단순한 데이터 수집 도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장갑 착용자가 동작을 시작할 때 버튼을 누르고, 매끄럽고 유창하게 동작을 완수해야 양질의 데이터로 인정받습니다. 마치 무용수가 안무를 연습하듯 한 번에 끊김 없이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겁니다. 실제로 영상에서 기자가 장갑을 껴보고 서랍을 여는 시도를 했는데, 중간에 손잡이를 헛짚고 다시 잡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개발팀은 즉시 "이런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 품질을 철저히 관리했고, 결과적으로 500개 이상의 실제 가정에서 1,000만 건 이상의 고품질 에피소드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출처: TechCrunch).
바퀴형 베이스로 안정성과 비용을 모두 잡다
메모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건 바퀴입니다. 요즘 휴머노이드 로봇 하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처럼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메모는 아예 바퀴 달린 베이스 위에 상체만 휴머노이드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설계가 실은 굉장히 영리한 선택입니다.
양발 보행 로봇은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서 있을 때도, 걸을 때도, 심지어 정지해 있을 때도 액추에이터(actuator)가 계속 작동하며 무게중심을 조절해야 합니다. 여기서 액추에이터란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 장치를 의미합니다. 전기 신호를 받아서 실제로 팔다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터나 유압 장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전원이 갑자기 끊기면 5킬로그램이 넘는 로봇이 그대로 넘어지면서 주변 사람이나 물건에 충돌할 위험이 큽니다.
메모는 다릅니다. 베이스가 133파운드(약 60킬로그램)로 무겁게 설계되어 있어서, 팔을 완전히 뻗은 상태에서 전원이 꺼져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개발팀은 이를 '수동적 안전(passively safe)'이라고 부릅니다. 영상에서 기자가 메모의 가슴을 밀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게다가 팔꿈치나 손목 관절도 컴플라이언트(compliant) 설계, 즉 외부 충격을 받으면 부드럽게 꺾이도록 만들어져서 사람이나 물건과 부딪혀도 큰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바퀴형 베이스의 또 다른 장점은 비용입니다. 양발 보행을 구현하려면 각 다리마다 최소 6개 이상의 고성능 액추에이터가 필요하고, 실시간 균형 제어를 위한 고성능 센서와 컴퓨팅 파워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메모는 이 비용을 모두 줄이고, 그 대신 상체 조작 능력과 데이터 학습 품질에 투자했습니다. 실제 가정에서 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릴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같은 층 안에서 이동하며 설거지·빨래·청소 같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바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입니다.
와인잔 두 개를 한 손에 쥐는 섬세함
메모가 보여준 데모 중 가장 놀라웠던 건 식탁 정리 작업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 컵, 와인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식기세척기에 넣는 전체 과정을 130피트(약 40미터) 이상 이동하며 자율적으로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33번의 서로 다른 상호작용과 21개의 서로 다른 물체를 다뤘습니다.
특히 와인잔을 다루는 장면에서 제가 감탄한 건, 메모가 한 손으로 와인잔 두 개를 동시에 잡는다는 점입니다. 와인잔은 투명해서 컴퓨터 비전이 인식하기 어렵고, 반사가 심해서 센서가 오판하기 쉽고, 무엇보다 깨지기 쉬운 물체입니다. 너무 약하게 잡으면 떨어지고, 너무 세게 잡으면 깨집니다. 개발팀 설명에 따르면 이 작업을 위해서는 그립 포지션(grip position), 즉 손가락이 물체를 쥐는 정확한 위치와 힘 프로파일(force profile), 즉 시간에 따라 얼마나 세게 쥐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화 곡선을 정밀하게 학습해야 합니다.
식기세척기에 와인잔을 넣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투명한 와인잔의 입구가 식기세척기 선반의 홈에 정확히 끼워져야 하는데, 이건 사람도 가끔 실패하는 작업입니다. 메모는 와인잔을 들고 식기세척기 앞으로 이동한 뒤, 카메라로 선반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와인잔 입구의 각도와 위치를 조절해서 정확히 끼워 넣습니다. 너무 세게 누르면 깨지고, 너무 약하게 놓으면 헛돌기 때문에 힘 조절이 밀리미터 단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접시에 남은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 식기세척기에 넣는 순서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만약 이게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이라면, 접시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실패할 겁니다. 하지만 메모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다음 동작을 계획하기 때문에, 테이블 배치가 달라져도 작업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양말 접기라는 로봇공학의 악몽을 풀다
양말 접기는 로봇공학에서 악명 높은 난제입니다. 양말은 디포머블 오브젝트(deformable object), 즉 만지면 형태가 계속 변하는 물체이기 때문입니다. 딱딱한 물체라면 한 번 인식한 형태가 계속 유지되지만, 양말은 접을 때마다 구겨지고 펴지면서 모양이 달라집니다. 게다가 양말의 발가락 부분과 발뒤꿈치 부분은 시각적으로 거의 구별이 안 됩니다.
메모가 양말을 접는 과정을 보면, 먼저 양말을 펼친 뒤 한쪽 끝을 잡고 다른 쪽 끝을 맞춰서 반으로 접습니다. 그런 다음 양손을 동시에 사용해서 양말을 둥글게 말아서 공 모양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건 '서밍(thumbing)'이라는 동작입니다. 사람은 엄지손가락으로 양말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서 공 모양을 고정하는데, 메모는 엄지손가락이 없습니다. 대신 집게 형태의 그리퍼(gripper)를 사용해서 엄지 역할을 대신합니다.
개발팀에 따르면 양말 접기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약 50시간 분량의 다양한 양말 접기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다양한'이란 서로 다른 양말 재질, 크기, 두께, 색상을 의미합니다. 한 가지 양말만 학습하면 다른 양말은 접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상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개발팀이 양말을 잡아당기는 장면입니다. 메모가 양말을 접는 중간에 사람이 양말을 확 잡아당기자, 메모는 멈추지 않고 양말의 새로운 위치를 다시 인식한 뒤 작업을 계속 이어갑니다.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이었다면 이 순간 작업이 중단되거나 오류가 발생했을 겁니다. 하지만 메모는 매 순간 상황을 인식하고 재계획(replan)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로봇 시대가 정말 올까
메모의 현재 배터리 수명은 약 4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돌아가기엔 부족하지만, 개발팀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베이스 부분의 무게를 늘려서 더 큰 배터리를 장착하거나, 메모가 스스로 충전 독에 가서 충전하거나, 심지어 벽에 있는 콘센트에 직접 플러그를 꽂는 방식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메모는 손이 있으니 플러그를 잡고 콘센트에 꽂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의 눈, 즉 카메라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낍니다. 로봇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Sunday Robotics는 이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했습니다. 메모의 눈은 순전히 장식입니다. 실제 카메라와 마이크는 모자 챙 아래에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로봇과 눈을 마주칠 때 카메라를 직접 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메모의 모자와 헤어스타일은 교체 가능해서, 사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Sunday Robotics의 가장 큰 강점은 실용성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양발 보행이나 화려한 백플립 같은 기술 시연 대신, 실제 집에서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집안일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론 아직 메모는 구매할 수 없고, 2025년 후반부터 파운딩 패밀리 베타(Founding Family Beta)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가정에 시범 배치될 예정입니다. 이 베타 프로그램에서 실제 가정의 혼란스러운 환경, 예를 들어 바닥에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거나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상황에서도 메모가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검증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회사의 접근 방식이 정말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먼저 만들고 나서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집에서 뭘 하는지 먼저 데이터로 확보한 뒤 그걸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비싼 기술보다는 안전하고 저렴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 집 거실에서 메모가 설거지를 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이 온다면, 저는 기꺼이 제 시간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fBw0gMuhaI
출처: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