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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부미, 부스터K1, 교육용)

by 시나브로시나 2026. 3. 23.

작년 말 제 지인이 아이 과학 숙제 때문에 난감해하더군요. 로봇 코딩 과제인데 교구가 수십만 원이라고요.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 나온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보면, 그 가격에 진짜 사람처럼 걷고 춤추는 로봇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노에틱스 부미와 부스터 K1, 두 모델 모두 150만 원대 안팎에 불과합니다. 제가 처음 이 가격표를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테슬라 옵티머스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는 수억 원대인데, 이게 정말 같은 범주의 제품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거든요.

노에틱스 부미

1억 원짜리 기술을 150만 원에, 어떻게 가능했나

노에틱스 부미는 94cm 키에 12kg밖에 안 나갑니다. 초등학생 체구 정도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족 보행(bipedal walking) 기술입니다. 양족 보행이란 인간처럼 두 다리로 균형을 잡으며 걷는 기술로, 로봇 공학에서 가장 구현이 어려운 분야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잡지만, 로봇은 수천 개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넘어지지 않거든요.

부미는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한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과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알고리즘으로 해결했습니다. 모방 학습은 사람의 동작을 반복 학습시켜 로봇이 따라 하게 만드는 방식이고, 강화 학습은 로봇이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최적의 동작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두 방법을 결합하니 개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겁니다.

가격 경쟁력의 핵심은 모듈화 설계에 있습니다. 부품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고, 경량 복합 소재를 써서 제조 원가를 줄였습니다. 배터리는 1~2시간 작동하는데, 이 정도면 교육용으론 충분합니다. 2025년 말 출시 직후 3시간 만에 200대, 이틀 만에 500대가 팔렸다는 건 시장이 이 가격대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 보여줍니다(출처: 노에틱스 로보틱스 공식 발표).

제가 보기엔 이 제품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 형태의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도 처음엔 수백만 원대였지만, 지금은 중저가 모델이 시장을 키웠잖아요. 부미도 같은 전략입니다.

경쟁 플랫폼으로 다진 부스터 K1의 실전 내공

부스터 K1은 부미보다 조금 더 무겁고(19.5kg) 비쌉니다. 정가 기준 약 90만 원에서 시작하지만, 성능은 확실히 다릅니다. 자유도(DOF, Degree of Freedom)가 22개나 됩니다. 자유도란 로봇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로, 숫자가 클수록 정교한 동작이 가능합니다. 인간 팔의 자유도가 약 7개인 걸 생각하면, 22개면 상당히 세밀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로봇이 진짜 실력을 보여준 건 2025년 로보컵(RoboCup) 키즈사이즈 부문입니다. 싱가포르 팀이 K1을 사용해 중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로보컵은 로봇 축구 대회로, 단순히 걷는 게 아니라 공을 차고 방향을 바꾸며 상대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30시간 연속 500뉴턴 충격 테스트를 견뎌냈다는 건, 이게 단순한 교육용 장난감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온보드 컴퓨팅(onboard computing) 성능도 인상적입니다. 온보드 컴퓨팅이란 로봇 내부에 탑재된 컴퓨터가 클라우드 없이 직접 AI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K1은 최대 200TOPS(초당 200조 번 연산)의 성능을 내는데, 이 정도면 실시간 영상 인식과 동작 판단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으니 반응 속도가 빠르고, 개인정보 유출 걱정도 덜하죠.

부스터 로보틱스는 2023년부터 20개국 70개 대학에 700대 이상을 납품했습니다(출처: 부스터 로보틱스 공식 홈페이지). 단순 판매가 아니라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ROS(Robot Operating System) 지원, 오픈 SDK 제공, 부스터 짐(Booster Gym) 시뮬레이션 플랫폼까지 갖췄으니, 대학 연구실에선 실제 하드웨어 없이도 알고리즘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교육 시장 공략, 3년 내 1만 개 학교 목표의 현실성

두 회사 모두 교육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노에틱스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플랫폼과 제휴를 맺었고, 부스터는 '100개 도시 1만 개 학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년 안에 1만 개 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건데, 솔직히 처음엔 과장 광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따져보니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중국 내 초중고 학교 수만 약 50만 개입니다. 1만 개는 전체의 2%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니, 학교 입장에선 150만 원짜리 교구가 그리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중국 교육부는 2024년부터 AI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AI 리터러시란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단순히 컴퓨터로 코딩만 배우는 게 아니라 로봇 같은 실물 하드웨어로 직접 실습해야 효과가 큽니다. 부미나 K1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블록 코딩을 지원하니, 초등학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부스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이지(Voyage) 계획'을 내놨습니다. 개발자들에게 무료 개발 도구와 시드 펀딩을 제공하고, 우수 알고리즘은 오픈소스로 공유하겠다는 겁니다. 이건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생태계 조성 전략입니다. 개발자가 많아질수록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그게 다시 교육 시장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죠.

다만 해외 시장은 좀 다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데이터 보안 우려가 크거든요. 온보드 컴퓨팅으로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췄다지만, 펌웨어나 SDK에 백도어가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국내 도입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실용성 vs 장난감, 갈림길에 선 저가 휴머노이드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이 로봇으로 뭘 할 수 있느냐"입니다. 춤추고 걷는 건 봤는데, 그게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요? 배터리 수명 1~2시간에 체중 12~19kg이면, 청소나 요리 같은 가사노동은 불가능합니다. 물건을 나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현 단계에선 엔터테인먼트나 교육용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1980년대 개인용 PC도 처음엔 게임이나 간단한 문서 작성밖에 못했습니다. 지금 누가 PC를 장난감이라고 부르나요? 부미와 K1은 '휴머노이드의 PC 시대'를 여는 제품입니다. 하드웨어가 저렴해지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몰립니다. 개발자가 늘면 킬러 콘텐츠가 나옵니다. 아이폰도 앱스토어가 생기면서 진짜 혁명이 시작됐잖아요.

현재 두 로봇 모두 오픈 API를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는 노인 말벗 기능을 만들 수 있고, 누군가는 재활 운동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보완하면 됩니다. 테슬라 자동차도 OTA(무선 업데이트)로 계속 진화하잖아요.

다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합니다. 저는 이 로봇들이 당장 우리 집 청소를 대신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건 아직 수억 원대 산업용 로봇의 영역입니다. 대신 이 제품들은 '로봇 거부감 해소'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집에 로봇이 하나 있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로봇을 친구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휴머노이드가 당연한 세상이 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이 로봇들이 실내 정찰, 간단한 물건 배달, 노인 모니터링 같은 실용 기능을 갖출 거라고 봅니다.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고, AI 모델이 경량화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하드웨어 가격이 이미 문턱을 넘었다는 겁니다. 이제 소프트웨어가 따라잡을 차례입니다.

중국이 저가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점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제조 인프라, 정부 지원, 빠른 시장 대응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도 삼성이나 LG가 이 분야에 뛰어든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중국이 한발 앞서 있습니다. 당장 구매할 생각이 없더라도, 이 흐름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뒤 휴머노이드가 일상이 됐을 때, "그때 그 150만 원짜리 로봇이 시작이었구나" 하고 되돌아보게 될 테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VMp5NeaQ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