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공중제비를 3미터 높이로 날아오르고, 전통 검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인간을 넘어섰다고 느껴질까요? 최근 중국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퍼포먼스는 분명 눈길을 끕니다. 로보티라의 L7은 중국 전통 검무를, 유니트리의 G1과 H1은 취권 동작과 파쿠르를 선보였고, 에지봇의 익스페디션 A3는 공중 날아차기까지 해냈습니다. 화려한 건 맞는데, 솔직히 제가 이런 영상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래서 이게 공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나?"였습니다. 묘기와 실용은 다른 영역이니까요.

검무와 쿵푸를 하는 로봇, 기술력의 증명일까
로보티라의 L7은 171cm 높이에 65kg 무게로, 55개의 독립 관절을 가진 전신형 휴머노이드입니다. 티타늄과 탄소섬유로 제작된 프레임 덕분에 가볍지만 단단하고, 팔 7개, 손 12개, 다리와 허리를 합쳐 총 55개 관절이 실시간으로 움직입니다. 중국 설날을 맞아 공개된 검무 영상에서 L7은 점프하고 회전하며 칼을 휘두르는 동작을 연속으로 수행했습니다. 칼날이 몸에 닿지 않도록 질량 중심과 관성, 관절 토크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죠.
유니트리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중국 춘완(春晚) 무대에서 G1과 H1 모델들이 젊은 무술 배우들과 함께 취권 루틴을 선보였습니다. 검, 봉, 쌍절곤 같은 전통 무기를 다루고, 테이블을 뛰어넘는 파쿠르 동작, 3미터 높이의 공중제비, 심지어 7바퀴 반 공중회전까지 해냈습니다. 한 로봇은 중간에 넘어졌는데, 회전 복구 동작으로 다시 일어나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이건 미리 짜인 안무가 아니라 실시간 복구 로직이 작동한 겁니다.
에지봇의 익스페디션 A3는 공중 날아차기와 연속 발차기를 실제 훈련장에서 수행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CGI 없이 촬영했다고 강조한 만큼, 유연한 허리 구조와 가벼운 외골격 다리 덕분에 빠른 동작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팔은 3kg까지 들 수 있고, 듀얼 배터리로 8시간 작동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이런 시연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검무나 쿵푸는 정해진 동선, 정해진 타이밍, 정해진 환경에서 반복 학습한 결과물입니다. 공장 바닥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건 위치도 매번 다르고, 동료 로봇이나 사람이 갑자기 지나갈 수도 있고, 바닥 상태도 제각각입니다. 저는 이런 변수 많은 환경에서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2만 대 양산 목표, 숫자만 큰 게 아니라
유니트리 CEO 왕싱싱은 2026년에 약 2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출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5,500대에서 거의 4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에지봇도 2025년 말까지 5,100대 이상, 이듬해에는 수만 대를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규모죠. 그런데 이 발표를 들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떠올랐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에 2025년까지 테슬라 공장에서 1,000대의 옵티머스가 일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실제로 유용한 작업을 하는 옵티머스는 단 한 대도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죠. 중국 기업들이 내놓은 양산 목표도 비슷한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예약 대수가 많다고, 생산 계획이 있다고 해서 그게 실제 현장 투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실제로 에지봇은 2026년 1월 CES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발표했고, 상하이에서는 60분짜리 로봇 갈라쇼를 열어 16대의 휴머노이드가 음악, 춤, 코미디, 런웨이 워크를 선보였습니다. 화려한 건 맞는데, 이런 쇼가 공장 자동화나 물류 현장에서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이건 기술 실증이라기보다는 투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반면 영국 스타트업 휴머노이드(Humanoid)는 다른 접근을 보여줬습니다. 이 회사는 19분짜리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며 바퀴형 로봇을 10개월, 이족 보행 로봇을 3개월 만에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밴쿠버에서 기계 설계와 테스트, 보스턴에서 배터리와 전력 전자장치, 런던에서 AI와 비전-언어-행동 프레임워크를 분담했다고 하네요. 3만 대의 사전 주문을 받았고, 2026년 3분기에 베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뮨스 공장에서는 90% 자율 성공률로 토트를 컨베이어로 옮겼고, 포드 쾰른 공장에서는 양팔로 판금 부품을 다뤄 예상보다 60% 높은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이게 진짜 양산 준비 단계 아닐까 싶습니다.
묘기보다 중요한 건 지루한 반복 작업
사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려한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Spot)이었습니다. 미국의 한 항공우주 제조 시설에서 스팟은 150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장을 자율 순찰하며 장비를 점검합니다. 열화상 카메라와 음향 이미징 센서로 과열, 진동 이상, 공기 누출을 사전에 감지합니다. 오토클레이브 같은 위험하고 비싼 장비를 사람이 매번 점검하기 어려운데, 스팟은 그 간극을 메웁니다.
라이카의 BLK Arc 레이저 스캐너를 장착해 공장 전체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기도 합니다. 95년 된 공장이라 수십 년간 문서화되지 않은 변경 사항이 많았는데, 타임스탬프가 찍힌 스캔 데이터 덕분에 장비 이동이나 유지보수 계획을 훨씬 정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일일, 주간, 분기별로 자동 스캔 미션을 예약할 수 있어서 수 주 분량의 수작업을 절약하고 안전성과 가동률을 높였다고 하네요.
저는 이게 진짜 로봇의 쓸모라고 생각합니다. 공중제비를 도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은 경로를 돌며 데이터를 쌓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이상 징후를 미리 잡아내는 것. 지루하지만 정확해야 하는 일, 위험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는 게 로봇이 현장에 자리 잡는 방법입니다. 화려한 시연은 기술력을 보여줄 순 있지만, 결국 로봇이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반복 작업을 해낼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분명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개발과 양산 목표, 영국 스타트업의 빠른 프로토타이핑, 미국 현장에서 이미 돌아가는 로봇까지,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쿵푸를 하는 로봇이 정말 공장 바닥에서 8시간 연속으로 부품을 조립할 수 있을까요? 수만 대 출하 목표가 실제 가동률로 이어질까요? 숫자와 퍼포먼스가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된 데이터가 더 많이 공개되길 기대합니다.